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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일류의 조건

대기업에 다닐 때다. 회사 전체의 다음연도 손실과 이익 계획을 경영계획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회사 전체의 경영계획을 관리팀의 직원 한 사람이 관리했다. 엑셀(Excel) 프로그램 하나로 직원 한 사람이 4000명이 넘는 회사 전체의 연간 수입과 지출 계획을 관리했던 것이다. 그 직원은 혹시나 다른 직원이 자신이 관리하는 엑셀 프로그램을 알거나 건드릴까 봐 늘 노심초사했다.   자신이 아는 기술이나 지식을 꼭 부여잡고 평생을 사는 사람이 있다. 자신이 아는 걸 남에게 알려주면 자기 밥그릇이 날아간다고 여기는 것 같다. 어쩌다 얻게 된 노하우나 지식 하나를 부여잡고 평생을 사는 것이다.   요즘에는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하기가 쉬워졌다. 하지만 예전에는 ‘도제 교육’이라고 해서, 숙련된 전문가 아래서 초보인 제자가 가르침을 전수받았다. 영화를 보면 제자는 일평생 스승 아래서 마당만 쓸다가 스승이 눈을 감기 직전에 지식을 전수받는 경우도 있다.   일본의 교육학자인 사이토 다카시는 ‘일류의 조건’이란 책에서 ‘훔치는 기술’을 말한다. 일류가 되기 위해서는 잘 훔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훔치는 기술은 남에게 ‘지식을 훔치는’ 기술이다. 그가 말하는 ‘일류’는 꾸준한 자기 성장을 하며 본질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일생을 성장하는 사람이다.     항상 성장하는 사람은 자기 밥그릇을 쉽게 남에게 내어 줄 수 있다. 자기는 이미 다른 밥그릇을 쳐다보기 때문이다. 남에게 가르치는 것을 꺼리는 사람은 자기 밥그릇만 본다. 남이 금방 자기 밥그릇을 차지할까봐 늘 전전긍긍한다.     남에게 쉽게 가르쳐 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자기는 두 개 세 개를 새로 깨우쳐야만 한다. 그것이 일류가 되는 첫 번째 조건이라는 것이다.   동경대 법대를 나와서 일본에서 대학교수를 하는 저자는 ‘일류’가 되기 위한 또 다른 조건으로 ‘요약하는 힘’을 꼽는다. 업무 지시를 하다 보면 5분만 지나도 졸고 있는 직원을 본다. 그는 졸면서 나에게 외치는 것 같다. ‘제발 요약해서 본론만 말하라’고 말이다.     요즘은 영화도 짧게 요약한 것들이 유튜브에 많이 나와있다. 책의 내용도 요약되어 있다. 업무지시를 하든 강의를 하든, 고객에게 설명을 하든 ‘요약’해야 한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받은 교육 중에 내게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 하나만 꼽으라면 ‘짧은 글 짓기’다. 글을 짧게 짓기 위해서는 내용을 여러 번 곱씹어 보고 완전히 내 것이 되어야 가능하다. 그리고 남의 입장이 되어 내 글을 읽어보아야 한다. 과연 이 말을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을까.   다카시 교수의 마지막 일류가 되기 위한 조건은 ‘추진하는 힘’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추진력은 매일 샘솟지 않는다. 그래서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몸은 처음에는 생각하는 대로 움직인다. 하지만 계속해서 습관으로 만들면 몸이 알아서 혼자 움직인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고등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은 늘 이런 말씀을 하셨다. “습관은 성격을 만들고 성격은 운명이 된다.” 작지만 계속할 수 있는 좋은 습관을 만들어야한다. 손헌수 / 변호사·공인회계사열린광장 일류 마지막 일류 자기 밥그릇 엑셀 프로그램

2025-03-19

[열린광장] 새해 꿈꾸는 행복지수

최근 로버트 월딩어 하버드대 의대 교수의 인터뷰에 의하면 인생에 있어 오직 중요한 한 가지는 ‘사람들과의 따뜻하고 의지할 수 있는 관계’다. 수긍은 하지만 타인과 따뜻함을 주고받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것을 경험했던 지난 12월은 무거웠다. 쓸쓸한 것은 아니었다. 서글픔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얼마 전 나는 새 직장을 얻었다. 이 나이에 다시 일을 시작하다니 기적 같았다. 그런데 기쁨은 잠시였다. 적응 기간이 난관이었기 때문이다. 젊다면 그 기간이 단축될 수 있을지 모르나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한 조직의 시스템을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출근하던 첫날은 정신이 없었다. 내가 숙지해야 할 일들은 잡다하게 복잡했다. 둘째 날은 전체가 눈에 보였다. 일주일이 지나니 나름대로 익숙해져 갔다. 그래도 여전히 깔끔하게 처리가 되지 않았다. 왜냐면 나는 엑셀 프로그램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맡은 일은 엑셀의 초급 정도의 지식만 있어도 되는 포지션이었다. 그런데 하루를 마감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게다가 업무를 설명하는 그녀는 나의 굼뜸을 못 견뎌 했다. 점점 나를 대하는 태도가 무례해졌고 내가 질문을 해도 못 들은 척 반응하지 않았다. 대놓고 무시를 하는 통에 나는 점차로 주눅이 들어갔다. 의도적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그녀는 업무를 절반만 알려주어서 나로 하여금 실수하게 만들었다.   그곳에서 일하려면 심폐소생술 CPR교육 수료증과 결핵 검사가 필요했다. 한 달이 거의 지나갈 무렵 차일피일 미룬 결핵 검사를 위해 2시간 일찍 퇴근했다. 그런데 그다음 날, 뜻밖의 사건이 나를 벼르고 있었다. 업무를 마무리하지 않고 일찍 퇴근했다고 그녀가 내게 언성을 높였다. 내가 목소리를 낮추라고 손짓을 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음성은 더 높아졌다. 결핵검사는 개인적인 일이 아니었다. 이미 일찍 퇴근하는 걸로 정식 허락을 받은 상태였다. 그런데도 몰아세우는 그녀의 성냄을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그날, 한 달 남짓 다녔던 직장을 그만두고야 말았다.   크리스마스트리에 달린 전등 불빛은 내 마음처럼 흐릿했다. 나는 내게서 문제점을 찾아내려 애를 썼다. 아침 일찍 6시 45분에 집을 나서야 하는 것도 힘들었노라고. 화장실 가는 틈조차 챙길 수 없는 근무환경이 문제였다고. 우르르 쏟아지는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눈썰미 탓을 하며 스스로 꾸짖고 나무랐지만 마음은 굳은 지방처럼 뻣뻣해지기만 했다.   고민이 깊어졌다. 당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소시오패스 성향이 짙은 그녀의 성품에 대해 참고 버텨야 할지 선택해야 했다. 그녀의 나이가 나보다 20살 아래라는 건 그렇다 쳐도 그녀도 입사한 지 고작 3개월밖에 안 된 신입이었다니. 내가 결정적으로 그 일을 그만두게 된 건 업무 때문이 아니다. 그녀를 보면 나도 모르게 표정이 일그러졌다.   일을 해야 건강하다는 것도 맞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만신창이가 된 자존감을 챙기는 게 우선이다. 억울했던 2022년을 말끔히 흘려보내고 새해 다시 행복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권소희 / 소설가열린광장 행복지수 새해 결핵 검사 엑셀 프로그램 업무 때문

2023-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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